"지금 오시면 테이블 15만원에 드릴게요. 원래 양주 한 병에 샴페인도 줄게."
작년 이맘 때쯤 이태원을 놀다 집을 가는 길. 클럽 직원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보통 3~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양주 한 병을 먹으려면 15~23만원을 줘야 한다(클럽마다 가격이 다르다). 그런데 이날은 장사가 안 된 탓인지 샴페인까지 추가로 주겠단다. 잠시 고민하자 '부킹도 시켜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클럽은 '나이트클럽'과 달리 부킹 시스템이 없는 곳인데도.
테이블을 얼마에 주겠다거나 '게스트 입장' 시 자신을 찾으라고 하는 클럽 직원을 'MD'라고 부른다. MD는 Merchandiser의 준말로 상품 기획과 판매를 총괄하는 직종을 일컫는다. 원래 의류업계에서 쓰이던 용어다. 이 말이 클럽까지 침투해 클럽 입장과 테이블을 예약을 도와주는 사람들까지도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인스타그램에서 테이블이나 게스트 입장을 홍보하는 사람들이 대개 MD라고 보면 된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이태원과 강남, 홍대 클럽이 문을 닫았다. 사업장이 영업을 하지 않으면 직원은 실업 상태에 빠진다. 클럽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클럽은 '정직원' 개념이 거의 없는 데다, MD는 고용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MD들의 수입이 '뚝' 끊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가뜩이나 수입이 들쭉날쭉한 일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코로나19가 MD들의 일거리를 앗아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냥 알바하고 있어요. 예전에 배달을 한 적이 있어서 지금은 배달하면서 버티고 있죠. 어떤 친구는 카페에서 일하더라고요. 원래부터 여기가 수입이 일정하지가 않아서 투잡 뛰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낮에는 카페, 밤에는 클럽에서 일하는 식이죠. 어차피 클럽은 금, 토요일만 영업을 하는 거잖아요? 클럽에서만 일해서는 돈 벌기 힘들어요. 지금 일 못하고 모아둔 돈 까먹는 사람도 많아요." (이태원의 한 클럽 MD)
지속하는 코로나19 시국, 정부나 서울시 역시 유흥업소에 가지 말라고 권고하는 상황. 여전히 일부 MD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올리며 '예약 문의'를 독려한다. 그들의 수입이 '테이블 예약'과 연관돼 있어서다. 모두가 먹고살기 힘든 지금이라지만 '먹고살 길'마저 막힌 MD들의 현실이 때론 애처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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