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밤] '단지 바' 내 안에 머물렀던 E가 살포시 고개를 든다
지금 자리를 바꾸려고 하는데 일행이랑 꼭 같이 앉아야 하는 분 없죠? 뽑힌 번호로 앉으면 돼요. 한두 잔의 술이 비워지고 자리가 제법 채워지자 사장님은 좌석 변경을 제안했다. 홀로 온 사람도, 친구와 같이 온 사람 그 누구도 자리 바꾸기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 검고 작은 네모난 상자에서 돌아가는 탁구공 소리에 모든 사람의 청각 세포가 집중되는 듯했으나 이윽고 눈도 이곳저곳으로 바삐 움직였다. 제주시에 있는 '단지 제주 혼술바'는 잔잔한 사람들의 무대다. 게스트하우스처럼 시끌벅적하게, 헌팅 분위기가 짙은 술집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적절히 섞인 자리에서 사람들은 옆사람과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사장님과 직원도 같이..
제주의 밤
2025. 5. 29.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