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밤] 거대담론에 웃고, 우는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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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의 밤] 거대담론에 웃고, 우는 여야

여의도의 밤

by 홍자쓰 2020. 4. 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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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보수의 참패다. 이전 총선보다도 더 참혹한 결과다. '보수의 몰락'이라는 말이 전부터 언급됐지만 보수 정당은 이유를 분석하지 않고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다. 그 결과 헌정사상 최초의 참패라는 불명예까지 뒤집어 썼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것도 없이 그들 모두의 책임이다. 

보수는 사회를 이끌어갈 거대담론을 제시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안보, 경제로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필요성을 호소했고 실제로 통했다. 빠른 산업화로 빈곤국가에서 세계 12위에 달하는 경제규모를 만들 수 있었던 것에 보수 세력은 지대한 역할을 했다. 비록 일부 보수 정치인들이 부정부패에 휩싸였을 때도 '부패했지만 유능한 보수'라는 말이 통할만큼 보수는 거대담론을 통한 국가 성장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안보와 경제를 뒤이을 방향성이 사라졌다. 정책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대신 여당 비판에만 온 힘을 쏟았다.

정책의 적절성을 떠나 진보는 그들만의 담론을 대중에게 꾸준히 전달했다. 이는 지지세력은 물론 중도층을 끌고 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령,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거나 소득으로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겠다는 '소득주도 성장' 등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구체적인 담론이다. 정책이 뜻대로 되지 않아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지만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은 정치에 관심 없는 대중의 표를 끌어오기 충분했다. 이번 4.15 총선에서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라는 말은 직설적이고 설득력 있었다. 

거대담론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정치에서는 필요하다.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국가를 이끌고 나갈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은 정권 심판이나 여당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관점과 가치를 담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현 정부가 하는 정책에 발목만 잡는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지금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자신들의 대안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이 실패한 정책이라고만 읍소하지 말고 기업에게 어떤 이윤을 줘서 활발한 경영을 이끌어 낼지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대중은 더 똑똑해졌고, 합리적으로 변했으며 진보나 보수의 가치를 사사롭게 생각한다. 대신 자신들에게 어떤 이득을 줄 것인지 판단한다. 내가 못 먹고 못 입는데 특정 정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가치와 신념을 전달하는 일이다. 그래서 보수 정당에게는 거대담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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