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섯 명의 남녀가 소파에 앉아 테이블에 있는 술을 함께 따라 마시는 사이 다른 한편에서는 40대로 보이는 4명의 남자가 바(bar)에서 술을 주문했다. 역동적인 젊은 남녀와 중년에 접어든 남자들은 각기 다른 감성과 속도로 술과 음악을 즐겼다. 노출 있는 옷을 입은 2명의 젊은 여성은 혼자 있는 남성에게 은밀한 제안을 건넸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다시 눈을 여기저기 돌렸다.

홍콩 란 콰이 퐁(Lan Kwai Fong)에 있는 클럽 베르수스(Versus)의 실내는 아담하다. 실내가 쾌적해 불쾌한 환경이 주는 피로도는 따로 없지만, 실내 흡연이 허용돼 비흡연자들은 오래 시간 보내기엔 힘들 수도 있다. 입장료에 프리 드링크 쿠폰 한 장이 포함돼 있어 가볍게 흥을 돋구기 나쁘지 않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연령대가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제각각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20대부터 40대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대화를 나누며 술잔을 맞댄다. 실내를 서성이는 사람은 적지 않지만 과감한 몸짓과 저돌적인 헌팅은 잘 보이지 않는 베르수스. 힙합·EDM 선율에 따라 몸은 흔들리나 남녀가 긴밀하게 교류하진 않는다.

다채로운 사람들이 뽐내는 바이브와 남녀 간의 진한 분위기는 찾기 어렵지만 이제 막 란 콰이 퐁에 발을 내디뎠다면 흥을 올리기엔 적당하다. 큰일을 도모하기에 앞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란 콰이 퐁이 예열될 때까지 시간을 보낼 작정이라면 베르수스가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어디든 쓰임새가 있기 마련이니.
◈한 줄 평
자극은 낮고 밀도는 높은 곳에서 누군가는 욕망을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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