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밤] '부메랑' 화려함과 요란함 그 어딘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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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밤] '부메랑' 화려함과 요란함 그 어딘가에서

세계의 밤

by 홍자쓰 2026. 2. 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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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유일 세계 100대 클럽이라는 화려한 간판. 귀를 때리는 시끄러운 음악 사이 오색 빛이 범람하는 공간에 다닥다닥 모인 사람들. 밤이 깊은 시간, 누구는 바삐 눈을 돌리고 또 누구는 긴밀한 대화를 속삭인다. 각자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요란함을 비집고 나아가는 길의 끝은 무엇이 있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홍콩 란 콰이 퐁(Lan Kwa Fong)에 있는 클럽 '부메랑'은 어딘가에는 '세계 100대 클럽'이라는 휘황찬란한 광고 문구가 붙어있다. 직원은 적지 않은 입장료를 받고 프리 드링크 쿠폰 한 장을 내어준다. 가볍게 분위기만 보고 가기엔 프리 드링크 한 장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널찍한 실내에 들어서면 각종 조명이 쏟아지고, 뿌연 안개도 가득하다. 

 

부메랑은 동양인과 서양인이 제각각 시간을 보낸다. 다만 남성에 비해 서양 여성이 눈에 띄게 적다. 남성들은 분위기만 즐기는 것인지 작전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인지 정적인 자세로 주변만 두리번 거린다. 무엇인가 시도하기도 마땅치 않을 만큼 계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프리 드링크 쿠폰으로 바꿔 마신 술 한잔을 들고 실내에 서 있노라면 이곳이 베트남 어딘가에 있는 시끄러운 클럽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음악 소리도 크다. 

넓은 실내, 북적거리는 인파 덕에 '핫한 곳'이라는 평가가 틀리진 않지만 실속을 차리긴 어렵다. 시야가 깨끗하지 못하고 음악 소리가 너무 커 대화 자체가 어렵다. 그렇다고 춤을 추면서 몸의 대화가 쉬이 전개되지도 않는다. 누군가는 구석진 곳에서 자기들만의 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지만 대다수가 친구들과 술 마시며 다가오지 않을 기회를 찾고 있다. 친구들끼리 가볍게 어울리며 낯선 분위기를 맛볼 순 있으나 어디까지나 스쳐 가는 경험의 무대일 뿐. 마음을 걸고 큰일을 도모하기에는 판이 너무 작고 얕다. 설렘은 잠시 머물다 흩어지고, 야심은 끝내 자리를 펴지 못한 채 되돌아온다.

 

◈한 줄 평

힘껏 던진 부메랑은 끝내 손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밤의 불확실성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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