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함께 술 마실 일행을 찾던 남성 2명이 여성 2명과 술집 입구를 들어선다. 클럽에서 만났는지 길에서 말을 섞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남자가 의기양양하게 걷는 발걸음은 마치 수양대군의 행진을 보는 듯하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앉은 그들은 맥주 타워와 안주를 주문하고 서로를 알아나가기 작했다.

바치(BACI Trattoria&Bar)는 홍콩 란콰이퐁 길 거리를 걷다보면 한 번쯤 눈길을 두는 곳이다. 란콰이퐁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데다, 널찍한 실내와 차분하면서도 역동적인 분위기가 '한 잔 마시기 좋겠다'는 인상을 준다. Baci라는 단어가 이탈리아어로 '키스'의 복수형태라는 사실을 알면 누군가와 이곳에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단 생각마저 든다.
바치는 낯선 인연을 낚아채기 위해 서성이는 장소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 낯선 인연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녹이는 기분 좋은 낯섦이 있다. 적당한 볼륨으로 흐르는 신나는 음악과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노란빛 조명. 여기에 술 한 잔이 더해지면 낯선 인연도 어느새 가까운 인연으로 변한다. 처음 만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분위기 좋은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란콰이퐁에서는 바치만한 장소를 찾기 어렵다.

테이블 위 맥주 타워의 높이가 점차 낮아진다. 초반 탐색전은 끝나고 어느새 자연스러운 웃음이 터진다. 이들의 결말이 밤거리에서 끝날지, 조금 더 깊어질지는 미지수. 그럼에도 바치에서 보낸 시간 만큼은 잊혀지지 않으리라.
◈한 줄 평
낯선 인연이 서로의 밤에 잠시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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