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밤] '밀락 더 마켓' 헌팅 수요를 담은 새로운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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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밤] '밀락 더 마켓' 헌팅 수요를 담은 새로운 그릇

전국의 밤

by 홍자쓰 2025. 8. 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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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망했네 아주."

"왜 망해? 우리랑 술 한 잔 하자."

"오빠들 몇 명인데?"

"우리 두 명."

"우린 세명이라 안 돼."

"친구 한 명 들어가서 쉬라고 해. 넷이서 먹으면 딱 안정감 있잖아."

"아니야…. 친구 챙겨야지. 재밌게 놀아."

 

 

2~3명이 무리들이 쉴 새 없이 내부를 움직인다. 영화제나 시상식을 연상케 할 만큼 화려한 모습들. 뜨거운 여름밤을 녹일 정도의 화려함에 많은 시선이 집중된다. 동선과 자리, 분위기를 살피느라 바쁜 눈들은 어느 곳에도 머물지 못한다. 마치 이곳에서 펼쳐질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처럼. 

 

부산 '밀락 더 마켓'은 헌팅성지로 불렸던 수변공원을 대체한 새로운 장소다. 입장료 없이 손등에 도장을 찍고 내부로 들어서면 그때부턴 말 그대로 세련되고 힙한 시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술과 음식 주문은 물론이고 이를 내 자리로 가져오는 일마저 스스로 해야 한다. 직원들의 서비스는 기대할 것이 없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2~3명씩 짝을 지은 남녀들이 밤에 밀락 더 마켓을 찾는다. 사선으로 놓인 계단식 테이블과 디제잉, 클럽이 떠오르는 조명 등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상당수의 목적은 헌팅. 남자의 대부분, 여자의 절반 정도는 헌팅을 염두에 두고 밀락 더 마켓에 술판을 벌인다. 

 

남녀성비는 약 5:5. 그만큼 기회는 도처에 널려있다. 변수는 분위기만 즐길지는 사람인지, 헌팅에 열려있는지 직접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점. 말을 걸어 몇 마디 섞어보지 않고서는 각을 잡을 수가 없다. 당연히 움직이는 쪽은 남성들. 다른 남성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곳이 아니라면 짝이 맞는 여성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신상을 캐내고 합석 여부를 타진한다. 성사 여부는 제각각이지만.

 

밀락 더 마켓은 야시장도, 클럽도 아니다. 그 중간 어디쯤, 뜨거운 여름밤의 욕망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무대다. 누군가는 그곳에서 짧고 강렬한 인연을 건지고, 또 다른 누군가는 허무한 대화 몇 마디만 남긴 채 돌아간다. 그리고 시장은 다음 날 밤, 다시 불이 켜진다.

 

◈한 줄 평

결과를 알 수 없는, 낯섦을 실험하는 작은 용기가 시장의 공기를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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