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피쳐를 한 손에 든 남성이 돗자리에 앉아 있는 여성에게 뭐라 말을 건넨다. 얼핏 봐도 남성은 40세 남짓. 보이는 인상에서 나이차이가 제법 나는 것 같다. 여성들은 남성의 얼굴을 슬쩍 본 뒤 고개를 가로젓는다. 남성은 다시 터덜터덜 맥주피쳐를 든 채 발걸음을 어디론가 옮긴다.
해가 떨어진 강릉은 밤에도 활기를 띤다. 무대는 바다가 보이는 경포해변. 친구들과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멀리서 보면 각각 제시간을 보내는 것 같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된다. 남성들은 바쁘게 눈을 돌리며 이동할 말을 건넬 곳을 찾고 여성들 역시 누가 오느냐에 따라 합석 여부를 결정한다.
전제조건은 날씨다. 덥고 습하면 아무리 좋은 풍경에도 짜증만 나기 십상이다. 많이 덥지 않으면서 비가 오지 않는, 강릉 바다를 보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날씨여야 무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성비가 적당하고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덕분에 경포해변은 최고의 헌팅 장소다. 돗자리와 맥주 한 두병이 초기 비용의 전부. 자리를 잡아두고 여기저기 헌팅을 타진하다 돗자리를 옮기면 될 뿐이다. 술자리 역시 합석이 되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시작. 자정 이전에 이곳저곳에서 "어디서 왔어요?", "몇 살이에요?"와 같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자정 이전에 승부를 보는 편이 좋다. 단, 양양이나 강릉과 같이 한 때만 달아오르는 지역 특성상 합석을 하더라도 그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가 전개되긴 어렵다.
경포해변을 가는 길에 있는 '발리다포차'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술집 중 하나다. 다소 이국적으로 연출한 분위기에 하이볼과 같은 가벼운 술까지 준비돼 있어 친구끼리, 새로운 사람과 보내기 좋은 장소. 이곳에서도 활발하게 헌팅이 오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경포해변 인근 모두가 사실상 헌팅을 위한 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 줄 평
종과 횡으로 움직이는 역동적인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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