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불타는 눈빛들은 움직이는 피사체를 응시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았지만 이미 그들은 자신들의 계획을 이행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머릿수가 맞는 여성들에게 말을 걸고 웃음을 짓는 모습은 여느 클럽과 다르지 않았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대화가 오갔지만 여성들의 냉랭한 표정이 결과를 짐작케 했다.

부다페스트에 있는 '인스턴트 포가스(Instant-Fogas Complex)'는 도시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함으로 사람을 맞이한다. 부다페스트는 주변 광역 도시까지 포함해도 인구가 300만명을 겨우 넘어서지만 인스턴트 포가스는 실내에만 7개의 스테이지로 구분되어 있다. 지하로 내려가면 미로같이 이어진 실내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 '메가 시티'로 불리는 서울에서도 찾기 어려운 규모의 실내를 갖추고 있다.

입장료가 무료인 만큼 부담도 덜하다. 입구에 덩치 좋은 직원들이 눈에 힘을 한껏주고 있지만 성인으로 보이면 그대로 통과시켜 준다. 술을 사 먹지 않으면 비용이 따로 들지 않지만 외부에서 가져오는 술이나 물, 음료는 발견 즉시 뺏긴다. 스탠딩 테이블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라운지바 분위기의 분위기를 뽐내는 널찍한 마당에서 일행과 대화를 나누기도 좋다.

각각의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은 친구와 놀기도 하고, 헌팅을 시도하거나 기다리기도 한다. 대개 헝가리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나이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중반가량. 언어가 통한다면 판을 벌려볼 수도 있는 분위기지만 헌팅의 관점에서 해외 관광객에게 관대한 분위기는 아니다. 다리를 만들어 물을 건너고 산을 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성비도 대략 5:5인 데다, 헌팅을 염두에 두고 오는 사람도 꽤 있다. 유럽인 만큼 대화를 걸면 스몰 토킹은 쉽다.

헌팅에 얽매이지 않더라도 인스턴트 포가스는 부다페스트에서 정신줄을 놓고 놀만하다. 분위기에 취해 춤을 춰도 좋고 시시각각 변하는 각 스테이지의 변화상을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숙소가 가깝다면 밤 늦게까지 놀고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치안도 괜찮다. 목적지를 잃은 밤이라면 인스턴트 포가스가 그대를 구원할지도.
◈한 줄 평
각기 다른 7개의 방에서 펼쳐지는 서사는 헌팅 못지않는 즐거운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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