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의 밤] '버뮤다' 흩날리는 EDM 속에 실종된 교감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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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밤] '버뮤다' 흩날리는 EDM 속에 실종된 교감의 순간들

서울의 밤

by 홍자쓰 2025. 7. 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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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와 버뮤다, 푸에르토리코로 이어지는 대서양 버뮤다 제도 주변의 삼각형 지역을 둘러싼 괴담이 존재했다. 이곳을 '버뮤다 삼각지대'라고 불렀는데, 지나가는 비행기나 배가 자주 실종돼 온갖 음모론이 나돌았다. 사실은 교통량 자체가 많아 사고가 많았을 뿐인데도.

 

 
홍대에 있는 클럽 '버뮤다 트라이앵글'은 괴담이 도시에서 실현된 공간처럼 느껴진다. 휘황찬란한 조명과 EDM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느 곳보다도 정적이다. 
 
'버뮤다 트라이앵글'은 입장료 1만원에 프리드링크 쿠폰을 한 장 준다. 20대들이 가득 채운 이곳에서 30대와 외국인은 감히 발을 디딜 수도 없다. 고막을 때리는 음악에 20대의 열기가 이곳의 매력이다. 성비는 6:4에서 7:3 정도로 남성이 더 많은 편. 스탠딩으로 입장할 수 있다. 남성들이 술을 병으로 주문해 대부분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편이다.
 

 
겉보기엔 화려해 보이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눈치게임만 치열하게 벌어진다. 적극적으로 헌팅을 하는 사람은 드물고 그렇다고 미친 듯 춤추는 사람도 없다. 남녀가 껴안고 함께 춤을 추거나 한 데 어우러져 진하게 술을 마시는 장면도 생경하다. 스킨십을 하는 사람도 없다. 기민하게 돌아가는 동공들이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보내지만 그저 자리에 앉아 술잔만 연신 들이킨다. 
 
신호등에 불은 들어왔지만 출발하는 차도, 사람도 없다. 요란한 불빛에 마음은 고요하고 날아다니는 시선은 어디 한 곳에 닿지 못한다. '버뮤다 트라이앵글'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삼키고 있다. 
 
◈한 줄 평
헌팅과 춤, 서사가 없는 이곳에서 실종은 사건이 아니라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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