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밤] 에프터클럽 '유토피아', 이름 따라 갈 수 있을까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태원의 밤] 에프터클럽 '유토피아', 이름 따라 갈 수 있을까

서울의 밤

by 홍자쓰 2025. 2. 20. 08:56

본문

"신분증 확인할게요. 들어가지 마시고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15분정 입구에서 기다리는 동안 숱한 사람이 출입문을 빠져나왔다. 줄은 더 길어졌으나 입장은 더뎠다.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긴장과 설렘이 고조되는 시간. 바로 위 이태원 핫플로 자리 잡은 '와이키키'의 이름을 따 '와이키키 EDM'을 표방하는 곳이라 기대감이 커졌다. 문이 열리고 실내로 들어가기 전까진.

 

 

이태원은 도시에도 생명력이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외국인들이 형성한 이국적인 모습을 토대로 수많은 클럽이 사라지고 다시 태어났다. '유토피아 와이키키 EDM'(유토피아) 역시 그 생명력을 방증하듯 새로운 울림을 방출하고 있다. 

 

유토피아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나 완벽한 세상을 의미한다. 영국의 사상가 토마스 모어가 1516년에 집필한 저서 Utopia에서 유래했다. 이름처럼 유토피아'이태원 유일의 에프터클럽'을 표방한다. 클럽이 문을 닫거나 사람이 빠지는 4~5시 이후에 본격적으로 2부가 시작되는 곳을 뜻한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광란의 밤이 이어지는 셈. 그야말로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 아침까지 놀다가 해장하고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입장료는 1만원, 프리드링크 포함이다. 

 

 

이 때문인지 자정 무렵 유토피아에 가면 다른 곳과 달리 시동이 걸리지 않은 분위기다. 문 앞에서 기다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실내에 사람이 적고 노는 사람도 드물다. 그저 상황을 관망할 뿐. '에프터클럽'으로 시동이 걸릴 때까지 성비도 좋지 않은 편이다. 새벽에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 놀러 가기엔 무리가 없지만, '밤을 불태워보겠다'는 심산으로 판을 깔았다간 손가락만 빨기 십상이다. 대체로 스탠딩 테이블이라 헌팅을 도모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구장이다. 

 

에프터클럽에 오는 사람들이 클럽 문화에 익숙하기에, 새벽과 아침에 분위기가 형성됐다면 같이 춤추며 서로 몸을 맞대기엔 좋다. 그 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느냐 반문할 수 있으나 클럽은 짧은 시간에 강렬한 매력 발산으로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곳. 어쩌면 '클러버'라는 한물간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유일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한 줄 평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이상적인 클럽, 비현실적인 전개가 현실이 될 수도.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