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이태원에서 공간 대비 사람이 많은 곳을 꼽으라면 '게더링'(gathering)을 빼놓을 수 없다. 공간 자체가 넓진 않지만 흥이 오른 사람이 많은 클럽 중 하나가 바로 여기다.
입장료라는 작은 난관이 있지만 기꺼이 지불할 가치는 있다. 게더링은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비율도 적지 않아 마치 다국적 클럽을 연상케 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 입장료 1만원에 프리 드링크 1장은 나름의 국물이므로 이를 두고 불만 삼기도 무리일 터다.
자욱한 안개를 헤쳐나가야 할 만큼 헌팅을 위한 여정이 환히 빛나진 않는다. 주로 일행들이 무리를 지어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경우가 많은 데다, 테이블석이 많지 않아 게더링을 헌팅 구장으로 선정하기에 아쉬움이 있다. 이곳에서 당장 승부를 보려는 대신 새벽을 위해 소수 인원을 공략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 술을 마시며 분위기를 살피는 누군가를 찾아 말과 잔을 붙이면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순 있다.
소위 '핫한 클럽'처럼 진한 장면을 찾아보긴 어렵다. 요즘 클럽 내 스킨십이 많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어딘가에선 도파민을 충전할 만한 모습들이 연출된다. 다만 게더링에선 이러한 분위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뜻. 어쩌면 멀리 보기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한 걸음씩 내디뎌야 자욱한 안개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도.
안개가 걷힐 때 나를 마주하는 결말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클럽에선 더욱 그러하다. 게더링 내부에서 흥이 오른 사람들 사이 시간을 보내다보면 헌팅이라는 고지에 가까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한 줄 평
정상에 깃발을 꽂는 사람은 자신과 상황을 믿고 때를 기다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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