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창구'로 떠오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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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창구'로 떠오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서울의 밤

by 홍자쓰 2022. 5. 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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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은 어떻게 만났어?"

"소개팅으로 만났지."

 

친구가 새 애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자주 만나진 않지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덕에 묘하게 애정이 가는 아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지 20년은 족히 넘은 데다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홀로 산다는 동질감도 있다. 그 아이가 최근 인스타그랩을 '럽스타그램'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30대가 넘어가면 이구동성으로 이성을 만날 곳이 없다고 토로한다. 당연히 친구도 새 애인을 어디서 만났는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친구는 소개팅으로 만났다고 했다. 이어서 애인이 하는 일, 집안 사정, 술을 좋아하는 자신과의 공통점까지도 말했다.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 축구에서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이 유명해지자 붙은 말)가 잘된다고 하니 잘 만났다 싶었다. 

 

"소개팅은 누가 해준거야?"

 

누구의 소개로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을 만났는지 궁금할 수밖에. 친구의 대답은 다소 달라졌다. 

 

"사실 블라인드에서 만났어."

 

대답을 듣자 눈이 커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연애를 시작했다는 대답이 의외여서다. 알고 보니 요즘 블라인드는 회사 욕을 하는 대나무숲 기능을 넘어 직장인끼리 만남까지도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일반 친목모임부터 재테크, 공부, 운동 등등... 자신이 좋아하는 카테고리에 만들어진 '오픈 카톡방'에 들어가 친분을 쌓고 교류한다. 다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인지라 일반 모임 어플보다 필터링이 잘 된다고. 어떤 카톡방은 명함을 올려 본인을 인증한다고 설명해줬다. 

 

"술 먹고 노는 친목 모임 같은 게 있어. 거기서 처음 만나게 된 거야. 강남에서 술 먹자는 말이 나와서 모임 장소에 나갔는데 나와 애인만 나와있었거든. 그때 처음 만난 거지. 둘이 술을 진탕 먹으면서 친해졌고 사귀게 됐어. 친구들한테는 블라인드에서 만났다고 하는데 회사 사람이나 다른 사람한텐 소개받았다고 하지." 

 

예전에는 블라인드에서 '셀소'(셀프 소개팅)으로 사람을 만났다면 최근에는 커뮤니티 기능을 활용해 여러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이 형성된 셈이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우리의 삶은 물론 이성을 만나는 방법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일부에서는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을 가볍게 치부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이분법적 사고 방식이 올드한 시대가 됐다. 

 

블라인드는 더 이상 대나숲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 정보를 교환하는 장터도 아니다. 직장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다 벌어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어쩌면 또 모를 일. 블라인드가 직장인이라는 회원 특성을 고려해 소개팅이나 결혼 중개 사업까지도 이어질 수도. 이미 회사나 직업을 인증하고 가입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니 가볍게 소개팅을 주선하는 기능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전에 부지런히 블라인드에서 친목도모를 한다면 새로운 인연도 만날 수 있으리라. 

 

◈한 줄 평

사슴도 목이 마르면 블라인드를 찾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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