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야시장과 한국 노포를 섞어 놓은 골목.
'힙지로'로 통하는 을지로3가역 인근의 느낌이다. 날씨가 풀리는 5월을 시작으로 초여름까지, 힙지로 골목 구석구석은 술잔을 부딪히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5년 전부터 알만 한 사람들이 찾는 공간인 을지로3가는 2019년과 2020년에 서울 대표적인 '핫플'로 부상했다. 코로나19로 2년간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최근에 확장세가 거세진 모습이다.
2년 전만 하더라도 '힙지로'는 우리끼리 노는 공간에 가까웠다. 자유로운 거리 분위기, 간판 없이 찾아가는 분위기 좋은 술집, 을씨년스러우면서도 옛 감성이 살아 있는 마력적인 공간까지. 힙지로는 2030 젊은층을 빨아들였다. 친구와 술 한잔 마시다 분위기에 취해, 옆에 있는 사람에 취해 함께 어울렸던 곳이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자 힙지로도 달라졌다. '헌팅의 메카'로 불리기에 손색 없는 공간이 됐다. 그야말로 '각을 잡고' 오는 사람이 늘었다. 힙한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대신 머리와 옷에 한 껏 힘준 남성들은 물론 쇄골과 함께 라인이 드러나는 착붙 옷, 높은 구두를 신은 여성이 많다. 지나가는 이성을 훑은 재빠른 눈동자까지. 2020년 6월 현재, 이태원 보다 더 들끓고 있다.
헌팅은 만선호프 인근이 활발하다. 인파가 한데 모여있을 뿐 아니라 운동한 몸을 드러낸 사람도 부지기수. 짝이 맞으면 말을 거는 모습도 자주 연출된다. 남녀 할 것 없이 2~3명씩 짝을 지어 오는 경우가 많다. 4명부터는 자기네들끼리 논다는 소리겠지. 연령대도 천차만별. 20대 초반부터 30대 중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려면 상대방의 의상이나 분위기, 동공 움직임마저 잘 살펴야 한다.
2차를 어디로 갈 지는 잘 정해야 한다. 만선호프를 중심으로 거리에 깔린 테이블에서 왁자지껄 술 마시면서 친해진 뒤 갈 곳이 마땅치 않다. 택시를 타고 다른 동네로 넘어가거나 실내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을지로 내에서 분위기를 이어 나기는 쉽지 않다. 만선호프 인근뿐 아니라 을지로 골목 곳곳은 '약간 무질서'에 가까우니 이 점도 유념해야 할 터.
◈한 줄 평
열정과 무질서가 공존하는 서울의 '뉴 멜팅팟'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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