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밤] 고인물이 모인다는 ‘골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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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밤] 고인물이 모인다는 ‘골드바’

클럽 에피소드

by 홍자쓰 2020. 3. 1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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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친구와 키스하던 여성은 두어 시간 뒤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있다. 이윽고 입술을 포갠 두 사람. 끈적하게 춤을 추던 그들은 찐한 키스를 나눈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간다. 어디로 향하는 걸까. 이태원 초보인 내겐 그저 생경한 장면일 뿐이다.

 

이태원역 2번 출구를 빠져나와서 걷다 왼쪽을 보면 ‘골드바’가 있다. 건물들 사이 안쪽에 자리하다 보니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이곳은 ‘이태원 고인물’들이 모이는 곳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 나사 하나 풀고 노는 클럽이다. 입구를 향하면 등치 좋은 형님들을 먼저 만나게 된다.

 

“신분증 보여주세요. 입장료 5000원입니다.”

 

5000원이라니. 이태원은 비쌀 거란 편견이 골드바에서 깨진다. 5000원. 종이 팔찌를 채워주면서 프리 드링크 쿠폰 한 장을 손에 쥐여준다. 무서운 형들이 살포시 건네주는 쿠폰에 클럽을 간다는 긴장감도 다소 풀린다. 한 걸음, 한 걸음...안으로 들어갈수록 음악이 고막을 때린다.

 

처음 이곳에 간 날,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만 보다 왔다. 내부에는 TV가 켜져 있는데 EPL 하이라이트가 중계된다. 음악을 즐기지도, 여자를 꼬시지도 못해 갈피를 방황하던 눈은 TV를 응시했다. 그러다 남녀가 뒤엉켜 노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그들이 내 눈을 의식하다 싶으면 다시 TV를 봤다. 남들과 어울리지 어려운 곳이라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렇지만 골드바는 그리 놀기 힘든 장소가 아니다. 고인물이 많은 덕에 옆 사람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곳. 몇 번 가면 본 사람을 또 보고 또 보고... 지방에 사는 우리 엄마보다 낯익은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 골드바다. 그렇게 친해지다 보면 술 한 잔도 사주는 우정이 쌓인다. 입장할 때 받은 프리 드링크 쿠폰을 맥주로 바꾼 뒤, 같이 놀고 싶은 사람의 잔과 ‘짠’ 하면 그때부터 새로운 관계는 시작될 만큼 자유로운 공간이다.

 

골드바의 단점이자 장점은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공간이 작은데 중간에 큰 당구대가 있어 사람이 더 밀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연스레 이성끼리 몸을 부비게 된다. 남성이고 여성이고 몸을 부닥치는 것을 크게 거부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어깨에 손을 올려도 용인된다. 다소 오픈(?)된 고인물들이 많아 잘만 하면 이성과 놀기 쉽다. 다른 곳에 비하면.

 

오늘은 여성과 대화라도 나눌 수 있을까 싶은 찰나. 누가 엉덩이를 들이 밀고온다. 앗... 비흡연자이지만 친구에게 담배 피러 나가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인파를 뚫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실내 흡연이 되지 않아서다. 자연스럽게 마음에 들지 않은 여성에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골드바는 이쯤이면 됐다.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소득이 없으면 다시 골드바로 와야지. 골드바는 새벽 5시가 되어도 이성과 하루를 보내러 오는 사람들이 있는 클럽이니까.

 


◈한 줄 평 

고인물 다 모여라. 밤에 혼자 있기 싫은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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