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밤 외전] 코로나19, 이태원 불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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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밤 외전] 코로나19, 이태원 불을 껐다

클럽 에피소드

by 홍자쓰 2020. 4. 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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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지미뱅크

번호를 물어본 여자가 되레 내게 묻는다. 

 

"여기 왜 안 놀아요?"

 

이 사람만 물었던 게 아니다. 말을 섞은 여러 사람이 하나 같이 갖은 의문. 다른 날이었으면 빠른 템포에 신나는 음악이 나왔겠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다. 이뿐이랴. 여러 클럽이 문을 닫았다. 특히, 이태원에서 내로라하는 클럽 모두가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사실상 티타임에 가까운 차분한 분위기, 조용한 클럽.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다. 

 

이태원 불이 꺼졌다. 코로나19 때문이다. '프로스트'가 문을 닫은 건 처음 본다. 메이드도, 골드바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두 곳으로 몰린다. 썰스데에 파티(썰파)와 파운틴으로. 썰파는 클럽이라기보다 펍에 가까운데(자세한 이야기는 조만간 쓸 글에서) 여기도 일정 시간이 되면 파티 분위기가 조성된다. 12시까지는 조금 차분한 노래가 나오다가 12시 30분 정도를 기점으로 클럽 음악이 나온다. 물론 그날그날 다르지만. 이날만큼은 시종일관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온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언제 노느냐"는 질문을 주위 사람들에게 던지곤 했다. 

 

이태원에 발을 디디면 그날만의 느낌이 있다. 오늘은 여자와 놀 수 있겠다거나 우리끼리만 놀다가겠다는 느낌. 아주 미묘한 차이인데 여자들이 남자들을 보는 눈빛이나 옷차림을 보면 그들이 이성을 만나려는지, 친구들끼리 놀러 왔는지 감이 온다. 이날은 한 바퀴 돌자마자 친구한테 말했다. "오늘 놀 수 있겠다"라고. 그만큼 느낌이 괜찮았지만 이 흥은 얼마 가지 않아 깨졌다. 우리가 부족한 것도 한 요인이겠으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들뜨지 않은 탓이 컸다. 

 

남자와 놀 작정으로 왔던 여자들은 이내 집을 가거나 자기네들끼리 술을 마셨다. 클럽이 흥하지도 않고, 이태원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 앉아있어 남자들과 놀려는 마음을 접은 것으로 보였다. 거기서도 최선을 다해 헌팅하는 남자들이 눈에 띄었지만 동질감만 느꼈을 뿐. 우리처럼 소득 없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할 수 없이 빠르게 마음을 접고 안 가본 장소를 둘렀다. 나름 새로운 곳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작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 만난 클럽 직원에게 분위기의 원인을 물었다. "구청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가 연일 확산하자 구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분위기를 만들지 말라고 했단다. 구청의 당부로 주요 클럽은 반 강제적으로 문을 닫았고, 영업을 하는 곳은 차분한 음악을 깔아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도록 만들고 있었던 것. 결국 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 

 

바이러스와 전염병은 유흥의 판도까지 바꾼다. 이러한 날에 클럽을 가는 것도 정상적인 일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이러나저러나 빨리 코로나가 사라져야 진정한 봄, 뜨거운 이태원을 즐길 수 있겠지. 

 


◈한 줄 평

구청의 권고를 이행한 이태원, 무법지대는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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