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다. 공원도, 한강도, 교외도 나가기 부담스럽다. 클럽이나 술집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문 닫는 곳이 늘었다. 이태원도 마찬가지. 가뜩이나 봄이 와 마음이 싱숭생숭한 싱글남녀들은 몸도 마음도 둘 곳이 사라졌다. 소개팅으로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 얘기는 아니다.
이태원을 생각하면 '유흥'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이 곳에서도 은근 커플이 탄생한다. 남녀가 모이는 자리, 자연스레 전화번호 교환이 오가고 이후 만남이 성사된다. 특히나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태원 펍에서 이성을 알아가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연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썸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직장인은 이성을 만날 기회가 좁아지기 때문에 이태원에서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19가 확산세가 주춤하다지만 유흥업소는 철퇴를 맞았다. 이태원의 클럽과 펍도 사실상 제대로 영업하지 않는다. 싱글남녀가 갈 곳이 더 줄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설령 이태원에 가 시간을 보내더라도 이성을 만나기는 더 쉽지 않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 쓰기가 강조되고 있어 길거리에서 말을 걸 명분이 사라져서다. 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마스크 쓰고 있는 자신에게 번호를 물어본 남자에게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까. 얼굴도 제대로 못 봤는데 말이다. 클럽도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번호를 줄 만큼 흥이 돋지 않는다.
남자에게 더 가혹한 시련의 계절이다. '흔남'의 경우 소개팅도 잘 안 들어오는 마당에 이태원까지 문을 닫았으니 이성을 만날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그렇다고 대학생들이 몰리는 홍대나 강남, 건대를 갈 순 없지 않는가. 20대 후반, 30대 초반 직장인들에겐 이제 그곳들은 추억의 장소다. 대업을 도모하기엔 우리의 시기가 너무 늦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으로 여겨지던 이태원까지 불을 껐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앞이 깜깜하다(필자의 얘기만은 아니다).
이성을 못 만나는 이유가 숱하게 많을 터. 그중에는 작금의 현실도 한몫한다. 직장인 싱글남녀가 모이는 이태원이 코로나19로 예전 같지 않으니 너무 스스로를 원망하진 마시길. 이러다 다시 프로스트가 문을 열면, 메이드가 문을 열면, 새로운 기회가 눈 앞에 펼쳐질지도 모른다.
◈한 줄 평
열려라 참깨.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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