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틴 밖으로 나가서 다른 데 가보자. 근데 이어져 있는 여긴 뭐지?"
화가는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공예가는 공방(工房)에서 예술 혼을 태운다. 이태원 '아틀리에(Atelier)'는 우리들이 헌팅이라는 작업을 완수하는 공간이다. 코로나19로 춤추기가 금지된 시절 미적지근하기 그지없는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붉은 조명처럼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틀리에는 '파운틴'과 연결돼 있다. 파운틴을 놀다 다른 분위기를 즐기고 싶으면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통로로 지나 넘어갈 수 있다. 당연히 입장료가 없다. 거기까지 직원이 서 있지 않는다. 파운틴, 아틀리에 모두 입장료가 없으니 두 곳을 넘나들 수 있다.
아틀리에는 붉은 조명이 실내를 감싼다. 1층에는 바(bar)와 테이블, 외곽에는 부스가 있다. 2층에 올라가면 부스 위주로 꾸며져 있는데 방도 마련돼 있다.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모아 파티를 즐기고 싶다면 아틀리에 룸이 제격이다. 룸은 40~70만 원선. 여기에 술값까지 더 한다면 비용은 100만 원에 이를 듯하다. 1층과 2층 부스는 약 15만 원가량의 양주 한 병을 주문하면 앉을 수 있으니 부담이 덜하다. 테이블은 아직 비용을 받지 않으니 빨리 가면 앉아서 놀 수 있다.
우리말로 '작업장'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아틀리에는 작업하기 좋은 공간이다. 어두침침한데 강렬한 빨간색 조명이 평범한 사람도 야릇하게 만든다. 그 분위기 덕일까.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노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빨간 레이저 광선을 뚫고 이리저리 눈을 굴린다. 괜찮은 사람과 이어질 일말의 가능성을 노리는 눈빛. 15만원에 부스를 잡았다면 바와 테이블에 앉은 사람에게 '편한 자리'를 권하며 잔을 맞부딪힐 수도 있겠다.
"우리랑 같이 술마실래?"와 같은 진부한 멘트는 접어두자. 술 한 잔을 먼저 건네거나 간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대화를 걸 듯 편하게 말 문을 열어야 처음 보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을 게다. 굳이 자리를 잡지 않아도 작업장 환경을 구경해도 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관찰하길 권한다. 붉고 야릇한 분위기가 공간을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파운틴만큼 선남선녀도 많다. 지인끼리 놀기 좋은 구조라 선남선녀로 짝을 짓고 오는 사람들도 흔하고, 동성 친구끼리 짝짓고 둘이서 이곳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 중에 눈 굴리는 사람이 보인다면 지체하지 않고 말을 걸어보시길. 강렬한 붉은색처럼 그날 밤도 뜨거워질지 모르니.
◈한 줄 평
장인도 좋은 작업장이어야 훌륭한 예술품을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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