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라틴음악에 맞춰 백인과 한국인이 한 몸이 돼 리듬을 탄다. 말의 대화는 원활하지 않지만 몸의 대화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둘. 한국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남아 있는 백인에게 친구냐고 묻자 여기서 만났다는 답이 돌아온다. 20대가 득세한 홍대에서 어른과 외국인이 한 데 어우러지는 놀이터, 이곳은 '라밤바'다.
'라밤바'라는 단어는 아메리칸 대륙에선 낯설지 않다. 1988년 미국에서 '라 밤바'라는 영화가 개봉할 정도. 라밤바는 멕시코 민요인데 베라크루스 지역에서 파생된 음악의 한 종류라고 한다. 베라크루스 지역에서 결혼식을 올릴 때 춤 추는 음악으로 사용됐다고. 음은 동일하지만 가사는 연주자마다 달라 익숙하면서도 색다르다. 마치 아리랑처럼.
홍대에 있는 '라밤바' 역시 '라틴 펍'을 표방한다. 시종일관 라틴음악이 흐른다. 이 때문인지 홍대 다른 클럽과 바에 비해 외국인이 유독 많다. 영국, 미국, 아랍에미리트, 스페인 등 국적도 다양하다. 20대 피끓는 청춘이 오가는 홍대 여느 클럽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한국인도 많은 편. 외국인에겐 한국의 다른 풍경을, 한국인에게는 외국을 경험하면서 또래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라밤바는 10시나 11시가 넘으면 스탠딩 입장이 어렵다. 남성에게만 어려울 수도 있지만. 하는 수 없이 테이블을 잡아야 하는데 주말이어도 비교적 가격은 저렴하다. 양주 1병, 약 13만 원정도면 시간제한 없이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며 놀 수 있다. 밤 11시~새벽 1시에는 자리를 잡지 않으면 사람이 붐벼 놀기 어려울 수 있으니 테이블을 잡는 선택도 나쁘지 않다.
남미의 개방성 덕분일까. 헌팅은 잘 된다. 인종과 상관없이 기회가 열려있다. 한국인 가운데 외국인과 놀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도 있으니 이를 잘 판단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그럼에도 비교적 타인에게 말 걸기 수월하고 함께 술 한잔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새벽이 되면 이곳저곳에서 입을 맞추는 사람들이 여럿 보이고 진한 스킨십이 아니더라도 함께 춤추는 한쌍도 많다. 헌팅에 실패하더라도 시간을 보내기엔 즐거운 곳이니 다른 선택지를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에서 외국 감성을 풍기는 몇 안되는 공간은 늘 사람이 가득 찬다. 라밤바도 이국적인 풍경 덕에 아는 사람이 찾는 장소로 자리매김 중. 라틴의 열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홍대 라밤바가 답이 될 것이다.
◈한 줄 평
경직된 유교문화를 녹이는 라틴의 뜨거움.
[한남의 밤] '어바웃 타임' 같은 결혼식과 뒷풀이 '브라이튼 하우스 한남' (0) | 2023.02.24 |
---|---|
[구디의 밤]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구디 별밤' (0) | 2022.12.03 |
[강서의 밤] 구청 주위가 핫플?...강서구청 '밤과 음악사이' (0) | 2022.08.22 |
'틴더'는 여전히 뜨겁다...진지한 만남을 두고는 '동상이몽' (0) | 2022.07.25 |
[잠실의 밤] 놀 줄 아는 사람들은 다 모인 '워터밤 서울' (0) | 2022.06.2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