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디의 밤]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구디 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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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디의 밤]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구디 별밤'

서울의 밤

by 홍자쓰 2022. 12. 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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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직한 내부가 '구디 별밤'의 특징. 별도 스테이지가 없어도 춤출 공간은 충분하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구디)는 구로구와 금천구, 경기 부천 젊음을 빨아들이는 지역이다. 택시를 타고 귀가해야 하는 야간 특성상 먼 길을 가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구디로 향한다. 젊음이 융화되는 뜨거운 공간에 헌팅이 빠질 수 없는 노릇. 이전에는 '포차 구로디지털단지역'이라는 헌팅 포차가 있었지만 통닭집으로 간판을 갈았다. 열정은 있지만 무대가 없는, 구디는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다.

 

호랑이 없는 곳에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고 했던가. 마이너 감성이 짙은 감성주점은 구디에서 '공신력' 있는 헌팅 장소다. 감성주점 자체가 춤 또는 헌팅으로 목적이 뚜렷한 장소인 데다, 말레이시아의 하루살이 반딧불이처럼 몸을 불태우는 성격이 있어서다. 특히나 '별밤'을 간다고 한다면 모두가 헌팅을 염두에 둘 정도. 

 

구디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술집 중 하나. 헌팅을 해야 하는 감성주점 특성상 짝수로 오는 사람이 많다.

'구디 별밤'은 작정하고 가기 좋은 술집이다. 헌팅은 두 말할 것도 없고 분위기와 시설 모두 다른 지역 별밤과는 사뭇 다르다. 분위기 자체가 비교적 올드한 느낌이 덜하다. 깔끔하고 청결한 바닥, 잘 정리된 라커, 밝고 정돈된 화장실까지. 과거 '롤러장'을 연상케 하는 부드럽고 미끄러운 바닥은 춤추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대개 별밤에 오는 사람들 연령이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으로 이제는 유흥 최전선에 물러난 사람들이지만 '구디 별밤'은 20대 중반이 올 정도로 연령대가 낮다(되레 30대 중반이 늙었단 소릴 듣는다). '구디 별밤'에 오는 사람들 스타일도 좋다. 남녀불문, 빼어난 사람이 많다는 의미.

 

감성주점인 만큼 헌팅은 산발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된다. 바로 옆 테이블에 있는 이성에게 말을 걸는 사람도 많고 먼 자리까지 원정을 떠나 합석을 제안한다. 서로가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승낙과 거절이 칼같다. 여기서 안 되면 저기로 가면 된다. 공간도 넓고, 사람도 많다. 여기서 안 된다고 아쉬워하거나 좌절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가요부터 클럽음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나오는 '구디 별밤'

합석까지 이어지고 소소한 스킨십과 함께 술자리가 흘러가지만 찐한 장면은 잘 연출되지 않는다. 허리를 감싸 안고 손을 잡은 남녀는 많은데, 그 이상 시선을 사로잡는 모습이 연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합석 이후 2차를 도모하는 움직임도 손에 꼽을 정도. 물론 그날의 분위기와 사람에 따라 개별 장면은 다를 테니 자신의 리듬으로 대업을 도모해야 할 게다.

 

조각조각 나눠져 있는 천하에서 우리 쪽으로 승기를 잡으려는 다른 유흥가와 달리 단 하나의 영주가 호령하고 있는 구디. '구디 별밤'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하루를 태울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단 돈 1만원이라는 저렴한 입장료에 안주를 주문하면 테이블 쉽게 잡을 수 있는 '구디 별밤'. 가요부터 클럽 음악까지 아우르는 음악과 함께 수려한 사람들 사이에서 흥에 젖은 나를 발견할 것이다.

 

◈한 줄 평

최고급 명품이 아니더라도, 흥과 열정으로 행복은 빚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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