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맡길 곳은 없나요?"
"따로 보관하지 않습니다. 빈 의자에 두시면 될 것 같아요."
날이 추운 겨울, 클럽을 갈 때 두꺼운 패딩은 짐짝이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가볍게 입을 수도 없는 노릇. 대체로 클럽들은 2000~3000원 정도를 받고 옷과 소지품을 보관해주는데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SKINN'은 옷 보관함이 없다. 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보관함을 설치하기도 마땅치 않을지도.
'SKINN'은 도산공원 옆 지하에 있다. 계단을 내려가 실내로 들어가면 붉은 조명이 비처럼 쏟아진다. 오늘밤 나만 알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을 듯한 분위기다. 공간이 넓지 않아 스테이지 밀집도도 높은 편. 빠른 비트의 음악과 붉은 조명이 설레는 심장을 형상화한 느낌마저 드는 곳이다.
스테이지 중간에 설치된 스탠딩 테이블 외에 외곽쪽에 소파와 테이블이 설치돼 있다. 조금 안쪽은 스테이지와 조금 분리돼 있어 너와 내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기 적합한 공간(물론 예약이 필요하다). 스테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했다면 손 잡고 그곳에서 담소를 나누기 좋다. 강남이니 술값이 비싸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터.
'SKINN'은 싱글들 만큼이나 커플들이 가볍게 많이 들린다. 아담한 클럽에서 몸을 바짝 붙여 춤추며 가벼운 입맞춤을 하는 커플들을 쉬이 볼 수 있다. 자연스레 싱글들은 기회가 줄어든다. 가뜩이나 넓지 않은 공간, 홀로 이성을 찾으러 온 사람이 많아야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생기는 법이거늘 커플이 자리를 차지하고 친구들끼리 지나가다 잠깐 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아 밤을 불 태우기는 아쉬울 수도.
공간 자체가 매력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는 안성맞춤이다. 지인의 지인까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보단 조금 알고 지낸 사람끼리 빠른 심장박동으로 놀아보고자 한다면 'SKINN'은 좋은 선택지다.
◆한 줄 평
원래 알지만 친하지 않은 지인, 스킨까지 닿을 만큼 가까워 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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