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밤] '젊은 술꾼남녀의 공간' 종로3가…'노인들 놀이터'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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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밤] '젊은 술꾼남녀의 공간' 종로3가…'노인들 놀이터'는 옛말

서울의 밤

by 홍자쓰 2023. 5. 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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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종로3가 길거리에서 직장 동료들과 부딪히는 맥주잔. 시시콜콜 회사, 일 이야기를 떠드는 사이 한 여성이 테이블을 건너 말을 붙인다. "괜찮으시면 같이 한 잔 하실래요?". 세 명을 설레게 하는 마법 같은 문장. 나이가 많을 거라고, 더 어린 사람들이랑 노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일행의 대답에도 굴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훨칠한 키에 ‘웃상’인 일행이 마음에 든 모양. 결국 막내가 6명 자리를 찾으러 몸을 일으킨다. 해와 별이 공존하는 하늘. 시간은 넉넉하다.

종로3가는 거리가 지저분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인식이 거셌지만 최근 몇 년 새 젊은 사람들의 '핫플'로 떠올랐다. 낙원동과 익선동에 한옥을 콘셉트로 다양한 맛집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광경을 연출했다. 인사동으로 빠져나가기도 좋을 뿐 아니라 1,3,5호선이 교차해 교통도 편리하다. 
 
종로3가가 '노인들의 놀이터'로 불리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 억눌린 유흥 수요가 폭발하고 헌팅 포차나 감성주점보다 이색적인 분위기를 찾는 2030은 종로3가 길거리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남녀 한 쌍에서부터 2~3명의 친구들 무리까지. 나이 든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인식되는 종로3가는 베트남과 바르셀로나 길거리를 오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날씨가 좋은 4~5월에는 종로3가 인근 식당과 술집들이 길거리에 테이블을 편다. 좋은 날씨와 공기를 즐기기 위해 가게 안쪽보다 길거리를 택하는 사람들. 자유로운 분위기에 젊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새로운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2~3명의 무리로 이곳을 찾은 사람들 중에 초저녁이 되면 합석을 제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뻥 뚫린 개방감에 선선히 부는 바람, 적당히 오른 술기운은 헌팅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새 인연을 찾을 작정이라면 평일보단 단연코 주말이 낫다. 평일은 그 다음을 도모하기엔 제약이 많은 법. 주말에도 동성끼리 무리를 지어 종로3가를 찾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리를 잡아 일행과 술을 마시다 보면 합석을 제안하고 싶은 사람들을 발견하게 될 터. 내가 앉은자리 주변으로 이성이 많이 있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되리라. 쭉 뻗은 길을 비집고 말을 걸기는 어려운 노릇이니, 터를 잡은 곳에서 승부를 보는 편이 좋다. 
 
의도가 명확한 헌팅포차나 감성주점 대신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계절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종로3가가 새로운 헌팅 플레이스로 부상하는 중이다. 길거리가 술집 그 자체다.
 
◆한 줄 평
자유의 바람이 빚는 크고작은 만남의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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