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해외나 입장료가 없는 클럽은 언제나 '땡큐'다. 그 무엇도 보장할 수 없는 격변의 밤, 빈손으로 귀가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그 밤, 입장료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 해외여행은 더 그럴 게다.
삿포로 'Booty'(부티)가 이 조건에 부합하다. 이태원 클럽과 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 듯, 부티는 입장료 없이 길에 있는 소품 가게를 잠시 둘러보는 느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입장료가 없는 데다 잔으로 술을 마실 수 있어 비용 부담을 한층 던다. 술값은 잔으로 한화 1만 원 이내. 쉽게 취하지 않는 타입이라면 미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면 될 테고, 그렇지 않다면 부티에서 밤을 시작해도 나쁘지 않다.
부티에는 외국인이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클럽을 다니는 사람들이 익숙한 음악이 흘러 나오고 바로 옆에 있는 '킹무'처럼 바람을 잡는 DJ가 없다. 철저히 개인 기량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곳. 부티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자유롭게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다른 사람을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말이 통하냐가 관건이지만 외국인이 많은 만큼 짧은 영어로도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는 부티. 클럽은 말 보다도 무드와 몸짓으로 판가름이 나는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무방하다.
평일에는 사람이 적지만 금요일과 주말은 스테이지가 가득 찰 정도라고. 일본은 한국보다 대체로 정적이지만 부티는 익숙한 분위기와 멜로디, 맛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구장이 받쳐준다면 새로운 이성을 만나 인연의 끈을 이어 보기 나쁘지 않을 터. 마지막 남은 삿포로 주말밤이라면 부티는 강렬한 기억을 남기게 되는 장소로 거듭날 것이다. 외국인과의 잊지 못할 추억을 쌓으려면 단연 부티다.
◆한 줄 평
음식이나 클럽 모두 맛과 분위기가 자극적이지 않아야 오래 즐길 수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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