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 부티크 라운지?"
적지 않은 시간 이태원 뒷골목을 함께 걸었던 친구가 내뱉은 문장. 프로스트로 가는 길거리에 자리한 'THE MAN:SION'(더맨션)을 본 첫 소감이다. 클럽 문화 부흥기를 이끌었던 이태원에 클럽은 점차 쇠퇴하더니 어느덧 압구정로데오 일대에서 볼 법한 부티크 라운지가 들어섰다.
이태원에도 부티크 라운지가 없진 않았다. 하지만 춤을 출 수 있는 스테이지가 있었고 서서 노는 경우도 많았다. 좀 더 역동적인 몸짓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다.
'더맨션'은 클럽과는 거리가 멀다. 앉아서, 술을 마시는 공간이다. 내부에서 춤출 공간은 없고 테이블과 의자가 곳곳에 펼쳐져있다. 공간이 공간인지라 메뉴도 다양한 편. 브런치부터 파스타, 버거, 스테이크까지 식사를 할 수 있는 음식이 즐비하다. 위스키와 칵테일 등 천천히 취하는 술과 음식을 곁들인다고나 할까. 음식 가격은 약 2만원이라 그리 저렴하진 않다. 스테이크는 3만원을 웃돈다. 진토닉처럼 '기본술'은 8000원대로 부담이 없지만 칵테일과 위스키는 1만원 중반 대라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헌팅도 고상하게 이뤄진다. 바(bar)나 클럽처럼 다소 날것의 모습보단 비교적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합석 여부를 타진한다. 공간이 달리지면서 헌팅 전략도 수정되고 있는 것. 새롭게 생긴 술집에 분위기 좋은 내부 덕에 여성들이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니 남성들도 발을 떼지 못하는 형국이다. 친구들과 연인끼리 분위기를 만끽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개 눈을 여기저기 돌리며 언제 한 번 엉덩이를 의자에 뗄까 타이밍을 재고 있다.
친구 역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말을 걸어볼 사람은 많다. 여성의 연령대는 대체로 20대, 남성은 30대. 40세에 가까운 30대도 눈에 보인다. 이날만큼은 기회가 많은 셈. 여기저기서 연신 옆 테이블에 말을 걸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클럽과 달리 술집은 피지컬만큼이나 입담이 중요한 공간에서 새로운 인연이 찾아올까. 기회는 늘 변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 줄 평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태원, 새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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