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밤] '이태원 별밤' 반가움과 안타까움의 사이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태원의 밤] '이태원 별밤' 반가움과 안타까움의 사이

서울의 밤

by 홍자쓰 2024. 1. 8. 09:46

본문

옆 자리에서 연신 담배를 태우던 사람이 술잔을 들이밀었다.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얼굴이 가까워지자 어두운 공간에서도 나이가 가늠됐다. 헌팅이 잘 되지 않자 옆 자리에 있는 우리에게 대화를 걸어온 그에게 나이를 묻자 '마흔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뿐이랴. 눈을 돌리면 제법 나이가 든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별밤'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처럼.

 

이태원역 2번 출구를 빠져나와 '이태원 별밤'을 마주하니, 복잡 미묘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놀 만한 장소가 생겨서 반가운데 비교적 쇠락하는 유흥지에 생긴 '별밤'이 이태원이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어서랄까. 물론 별밤과 분위기나 성격이 비슷한 '포차'가 예전부터 숱한 젊음을 빨아들이긴 했으나 '별밤'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남달랐다. 소위 '힙한 곳'엔 '별밤'이 없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술집은 이태원에선 볼 수 없었으므로.

 

'이태원 별밤'은 과거 클럽 '펌킨'을 갈아엎고 등장했다. 한 때 이태원에 '나는 포차다'라는 주점이 K-pop을 중심으로 무대가 펼쳐지곤 했는데 이곳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그 빈자리를 '이태원 별밤'이 채웠다. 보통의 주점과 마찬가지로 입장료 1만원에 프리드링크 한 잔을 주고, 내부에는 다소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술 가격도 다소 비싼 편. 소주 한 병에 7000원, 맥주는 1만원을 내야 한다. 별밤과 같은 주점 특성상 자리와 술이 없으면 헌팅이 어려우므로 몇 병의 술은 깔아놔야 할 터. 안주는 나초+과일 조합으로 한 종류만 판매한다(시간이 지나면 늘어날 수도).

 

자리가 자리인지라 헌팅하려는 사람은 많다.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도 눈 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 제 스타일의 이성을 찾으려고 욕심 내기보다는 새로운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면 합석까진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는 분위기다. 이곳은 화장실 가는 길에 노래방이 있는 '룸'이 있어 합석 이후 분위기가 좋다면 룸에서 2차를 도모하기도 좋다. 친구들이나 지인끼리도 놀기 좋은 장소. 이렇게 또 하나의 선택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한 줄 평

성인이 되어 길거리에서 조우한 어린 시절 단짝은 실로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