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진짜 클럽' 하나를 꼽으라면 그건 바로 '싱크홀'(Sinkhole) 일 게다. 싱크홀은 본래 빗물에 패인 구멍이나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 동굴이 붕괴해 생긴 웅덩이를 의미한다. 홍대 '싱크홀'은 이 정의에 상당히 부합한 클럽이다.
30대가 되면 배척당하기 십상인 홍대에서 '싱크홀'은 자신들이 만든 웅덩이에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입장료도 없다. 주말 밤 11시가 넘어가면 클럽에서 놀아보고자 하는 사람이 아담한 지하 공간에 가득 메우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구멍 안에 빨려 들어간 사람과 사물 등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싱크홀을 찾는 사람도 그날그날 다르다. 다른 클럽과 달리 고정된 연령대와 성별 등 방문자들을 규정하기가 까다롭다. 외국인이 많은 날, 동성 친구들끼리 생일파티를 하러 온 무리, 핫한 분위기에 헌팅을 도모하려는 사람이 많은 날 등 매 순간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뜨거운 분위기에 내일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헌팅이 다소 쉽지 않은 이유도 이러한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어느 날에는 성별 불균형으로, 어느 날에는 그저 잠깐 미친 사람처럼 놀다 가는 사람들이 많아 진득하게 헌팅을 시도하기 까다롭다. 10만 원이 훌쩍 넘는 술을 주문하고 자리를 까는 까닭은 그곳에서 큰 일을 이뤄보겠노라 다짐하는 행위. 싱크홀은 너울거리는 파도처럼 형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오히려 작은 성과를 이룬 뒤 찾기에 적합한 클럽이 싱크홀이다. 헌팅에 성공하고 술을 마시다 "클럽 한 번 가보자"는 말에 고민 없이 향할 수 있을 찾는다면 싱크홀만한 곳이 없다. 무르익은 분위기를 농익게 해 줄 그 장소, 싱크홀이다.
◈한 줄 평
서로를 조금 알았을 때, 함께 타는 첫 파도가 더 설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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