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불빛이 도시를 휘감고 흥에 겨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호찌민 클럽. 구장이 준수한 만큼 선수들도 한 가락 보여줄 것 같지만 실상은 기대에 못 미친다.
호찌민 1군 동쪽에 있는 클럽 '러쉬'는 한국을 연상케 한다. K-pop을 비롯해 한국에서 들을 수 있는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와 이질감이 없다. 테이블을 잡지 않고 스탠딩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는데 과거에는 남자만 입장료를 받았다고도 한다. 가볍게 놀고 오려면 맥주 한 병만 마셔도 충분한데 한화로 약 7500~1만 원 정도다. 2층으로 이뤄져 있어 공간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한국 사람이 얼마나 오는지 한글로 광고를 때리는 모습도 인상적인 러쉬.
비용이나 분위기에서 가볍게 들를 법 하지만 '놀 줄 모르는' 사람이 모였다는 사실은 아쉬운 대목이다. 스테이지 정중앙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춤추고 분위기를 띄워도 베트남 현지인들은 망부석처럼 서 있기 일쑤. 일부는 음악에 따라 웨이브를 타지만 서서 박수만 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애써 띄운 분위기가 아까워 다른 사람에게 무대를 넘겨보려고 해도 손사래 치는 장면을 보면 있던 흥도 떨어질 판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헌팅의 신'이 강림해도 큰일을 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같이 놀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더라도 영어로 대화가 되는 베트남인을 찾기 어렵고, 같이 춤출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란 더욱 어렵다. 세계를 호령하는 아이돌이라도 이곳에선 춤만 추고 집에 가게 될 것이다.
러쉬에 유독 화려한 여성들이 종종 보이는데 이들은 클럽에 놀러 온 사람은 아니다. 몇 시간이고 술 한 잔에 클럽 입구와 바에 앉아 눈만 돌리는데 하룻밤을 보낼 남자를 찾는 사람이다.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는 직접 물어봐야 할 터. 러쉬에서 한국처럼 새 인연을 기대하기는 여러 방면으로 쉽지 않다.
◆한 줄 평
베트남이 유교문화권이라는 걸 고려하면 특별히 아쉬워할 이유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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