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밤] 세렝게티 떠오르는 '이태원 메이드'...거칠고, 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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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밤] 세렝게티 떠오르는 '이태원 메이드'...거칠고, 쿨하고

클럽 에피소드

by 홍자쓰 2022. 12. 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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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 마시고 가. 그냥 갈 거야? 재밌게 놀아. 술 한 잔 마시고 갈래?"
테이블을 잡은 남성은 지나가는 여성의 팔을 잡고 연신 같은 말을 내뱉는다.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살아있는 시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 비단 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점잖음을 찾아볼 수 없는 거친 방식의 헌팅이 시시각각,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다. 여성은 말을 거는 남성을 슬쩍 바라보고 괜찮다 싶으면 살며시 그 테이블에서 술잔을 받고, 빠르게 눈을 돌린 뒤 아니다 싶으면 발걸음을 옮긴다. 클럽계의 세렝게티, 이태원 메이드다. 

이태원 메이드는 클럽 중앙에 바 자리가 있다. 직원이 여성들만 온 손님에게 이 자리를 내어주고 술도 공짜로 주는 경우가 많다.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야생 다큐멘터리의 주무대다. 동물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끝없이 움직인다. 상위포식자는 잡아먹을 동물을 눈을 치켜 쳐다보고, 피식자는 풀 한 움큼을 뜯으면서도 눈과 귀를 돌리는 곳. 거칠고 포악하고,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 쿨하게 포기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세렝게티다.

 

이태원 메이드는 세렝게티와 닮았다. 본능에 충실한 모습 말이다. 헌팅포차나 펍처럼 때론 정중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이성에게 접근하지 않고 보이는 말을 걸고 본론으로 넘어간다. 서론 따위는 없다. 가뜩이나 시끄러운 클럽인지라 대화가 제대로 오가기도 힘들다. 슬쩍 보고 마음에 들면 그때부터 귀를 열고 집중한다. 대개 클럽에서는 춤을 함께 추고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라포를 형성하지만 이태원 메이드는 아니다. 이성에게 접근해 내 자리로 데려와 함께 술을 마시며 춤도 춘다. 포식자가 피식자를 향해 돌진하듯이.

야광봉이 꽂힌 테이블은 손님이 있다는 뜻. 자리와 술에 따라 테이블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일련의 사태로 이태원을 찾는 사람이 줄었지만 메이드 만큼은 사람이 붐빈다. 이태원역과 한강진역 사이에 있는 메이드는 예전부터 끈적하게 노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테이블은 술을 포함해 24만~100만 원 이상으로 가격대는 제각각. 자신의 형편에 맞게 잡으면 된다. 보통 남성이 테이블을 잡고 여성은 스탠딩으로 입장해 놀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합석한다. 예전에는 일렉트로닉 구역과 힙합 구역이 나눠져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많지 않은지 하나로 구분을 해놓지 않은 모양이다. (클럽 개장 초기,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클럽 직원이 스테이지에 서 있으니 함부로 헌팅하면 서로 민망해진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한 나이대가 이태원 메이드를 찾는다. 20대후반과 30대가 비교적 많다 보니 헌팅도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편. 친구들끼리 놀러 오는 사람 반, 이성을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 반 정도로 문호는 넓다. 여기저기 뻐꾸기를 날린다고 눈치줄 사람도 없다. 눈에 보이는 대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면 된다. 시간이 지나 눈을 돌려보면 이곳저곳에서 한 몸이 된 둘도 발견할 수 있다. 키 크고 훤칠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 세렝게티에선 내 무리 외에 모두가 경쟁자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경쟁자들의 전투력도 만만치 않다. 

 

오늘 제대로 놀아보겠노라 생각한다면 이태원 메이드로 직행해도 괜찮다. 훤칠하고 잘 노는 사람들이 본능에 몸을 맡기는 이곳. 드넓은 초원에서 나의 경쟁력을 확인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줄 평

세렝게티 포식자도 눈을 뜨고 귀를 열어 주위를 부지런히 살펴 먹이를 찾는다.

이태원 메이드는 각자 자리에서 노는 사람들이 많다. 테이블 의자가 곧 스테이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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