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부터가 심상치 않다. 직유와 비유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이름에 클럽을 평소 즐기지 않던 사람이라도 한 번쯤 방문하게 싶은 곳. 불과 5~6년 전만 하더라도 재미없는 공간으로 치부되던 압구정로데오에 도발적인 이름을 가진 클럽이 젊음을 흡수하고 있다. 외설적이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그곳은 '오르가즘 밸리'다.
오르가즘 밸리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으로 검색하면 '계곡'으로 나온다. 그곳을 찍고 걸어가다 보면 붉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같은 클럽이지만 장소가 둘로 나뉘어져 있다. 편의상 1부와 2부로 부르는데 1부가 메인이라는 것이 현장 사람들의 전언. 흘러나오는 음악도 달라 취향에 따라 장소를 선택하기도 한다. 두 곳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는 있지만 왼쪽 손등에 각각의 도장을 찍어야만 한다.
1부는 더 격렬하고 끈적한 분위기가 공간을 지배한다. 장소가 비좁아 사람끼리 밀착해 있을 수밖에 없다. 클럽 안에서 미닫이 문을 열면 방이 하나 나오는데 이곳에서 자신들끼리 노는 무리가 있다. 이 공간을 제외하면 클럽 내에 앉을 공간은 사실상 전무. 스탠딩 테이블은 있지만 앉을 수는 없다. 술은 잔으로 8000~1만2000원 정도.
클럽 이름이 그러하 듯, 어른들만의 쾌감도 느껴볼 수 있다. 서로가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술 한 잔을 나눠마시다 몸을 밀착하기 일쑤. 자연스레 껴안고, 찐하게 춤을 추고, 양손으로 상대 두 볼을 붙잡기까지. 미묘한 감정선이 흐르는 몸짓들이 이곳저곳에서 전개된다. 전통적인 느낌의 헌팅보다는 놀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고 깊은 밤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부는 1부보다 공간적 여유가 있다. 부스 느낌의 테이블도 마련돼 있다. 공간적 여유가 있다보니 춤 반경도 크다. 1부보다 스몰토크가 많이 오가고 언어적 의사소통이 활발히 오간다. 1부나 2부나 이성을 만나는데 무리는 없으니 그날 상황에 따라 장소를 움직여도 무방할 듯 하다. 곳곳이 기회라는 의미다.
거친 클럽을 연상케 하는 장면도 문득문득 보이지만 대체로 점잖고 한층 끈적한 오르가즘 밸리. 일련의 사태로 이태원에 발걸음이 끊긴 사이 반사이익이 압구정로데오로 향하면서 오르가즘 밸리는 새롭게 들끓는 '핫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한 줄 평
뭐든 이름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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