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밤] 클럽인지 주점인지...구월동 '가요톱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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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밤] 클럽인지 주점인지...구월동 '가요톱텐'

전국의 밤

by 홍자쓰 2023. 3. 25.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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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90년대 가요가 흘러나오는 곳은 20보다 30대들이 즐비하기 마련이다. 클럽에 가기엔 살짝 나이가 많고 그렇다고 헌팅 포차나 술집에서 헌팅을 도모하기 싫어 자신의 흥을 뽐내면서도 이성을 만날 기회를 노리는 장소가 90년대 가요가 나오는 주점. 토요일 토요일은 가요(토토가), 별이 빛나는 밤(별밤), 밤과 음악 사이(밤사)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인천 구월동에 있는 '가요톱텐' 정반대다. 20대 초중반이 메인 게스트다. 20대를 중심으로 인천 구월동이 유흥의 '핫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까닭에 '가요톱텐'도 30대 보단 20대가 많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30대가 발을 붙일 곳은 마땅치 않다. 30대들이 통상적인 주점을 생각하고 '가요톱텐'을 방문했다간 구장 실패로 그날 밤을 쉬이 풀어나가기 어려워질 터다. 

 

사회 전반에 현금 사용이 줄면서 주점도 카드결제가 되는 시대지만 '가요톱텐'은 입장료를 현금으로만 받는다(1만원인지 1만 5000원인지 헷갈린다). 토요일 밤에는 테이블을 잡기가 힘들어 일찍 가지 않으면 스탠딩으로 시간을 보내기 십상. 테이블을 잡더라도 이태원이나 강남에 비하면 비용은 저렴한 편이다. 분위기는 우리가 익히 아는 그런 주점. 술을 몇 잔 끼얹고 90년대 가요에 몸을 흔들어 재끼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된다.

 

'가요톱텐'은 메인 게스트 연령대가 보통 주점과 다를 뿐 아니라 노는 방식도 조금 상이하다. 토토가나 별밤, 밤사는 자신들끼리 춤추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만큼이나 이성을 만나려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가요톱텐'은 지인끼리 시간을 보내기 바쁘다. 그러나 이성을 만나고 싶은 눈치는 아니다. 남자들은 쉴 새 없이 레이더망을 가동하지만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시끄러운 분위기, 아직 무르익지 않은 헌팅 기술들이 가미돼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

 

애매모호한 정체성의 가요톱텐. 놀기는 좋고 성비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헌팅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그렇지만 이성을 만나기 위한 눈빛을 장착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 인천 구월동에 클럽이 없는 만큼 '클럽 대체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성만남에 그날 하루를 불태우리라 다짐했다면 적절한 장소일지는 물음표다. 

 

◆한 줄 평

파란 불이 실종된, 붉은 불꽃만이 쉴 새 없이 나부끼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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