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의 밤] '클럽트리 양양' 밤의 종착점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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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의 밤] '클럽트리 양양' 밤의 종착점은 여기

전국의 밤

by 홍자쓰 2023. 7. 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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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30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하는 사람들.

"여기 공연 끝나면 11시 30분부터 줄 설 거예요. 지금 줄 서는 편이 좋아요."
 
'이국적인 서피비치'로 이름을 달린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유일한 클럽, '클럽트리'. 직원에게 지금 들어갈 수 있냐고 묻자 간결한 답이 돌아왔다. 지금 줄을 서지 않으면 입장까지 한참 걸릴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하는 수 없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줄을 섰다. 
 

클럽트리를 벗어나 '플리즈 웨잇'까지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저 뒤편 GS25까지 줄이 형성되기도 한다.

'클럽트리'는 양리단길에 있는 양양군 유일의 클럽. 서프클리프와 같은 건물에 있는데 서프클리프 공연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문을 여는 듯했다. 12시부터 입장 시작이다. 서울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 클럽이 많지만 이곳은 양양군 유일의 클럽답게 입장료가 비싸다. 한 명당 3만원. 카드 계산 시 부가세 10%가 추가돼 3만3000원을 내야 한다. 물론 여성끼리 가는 경우 무료입장이다. 클럽 내부 바에서 판매하는 술은 한 잔당 1만~1만5000원 사이. 병으로 30만~100만원을 받는다. 기다리기 싫다면 병을 구매하는 것도 한 방법(남성 한정).
 
여느 클럽이 클럽트리도 '여성을 우대'한다. 서피치비에서 물놀이를 즐긴 사람들이 재단장을 하고 나온, 하루를 새로 시작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들을 따로 모은다. 아무리 줄을 먼저 섰어도 미리 소통한 여성 무리를 먼저 안으로 들여보낸다. 클럽이 5층에 위치해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도 꽤 걸린다.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이지만 노인공경은 없다.

음악이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믹싱을 잘한 거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은 그 중간.

클럽 내부에서는 숨 막히는 헌팅이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하루만 살아가는 반딧불이처럼 여성을 향한 남성의 끊임없는 헌팅이 곳곳에서 진행된다. 바닷가인 만큼 운동을 열심히 한 몸 좋은 남자들이 눈에 보이는 여성들에게 쉴 새 없이 구애하는 현장. 여성들은 '우리끼리' 노는 쪽과 '잠시 남성과 같이 노는' 쪽으로 확연이 나뉜다. 클럽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기 보다는 구애와 거절이 사방팔방에서 이뤄진다. 마음처럼 헌팅이 되지 않아서인지, 담배 연기가 쉼없이 뿜어져 나온다. 돈을 많이 쓴 남성들에겐 직원이 여성을 데려오는 '부킹'도 해주는 클럽트리.
 
클럽트리는 양양 여름밤을 흡수한다. 양양을 즐기면서 이성도 만나려는 사람들이 아닌 그야말로 '오늘 뭔가 한 번 해보자'는 심산으로 오는 남성이 부지기수. 그에 비해 여성들 분위기가 뜨뜨미지근하다는 점은 아쉽운 대목이다. 여행지이기 때문에 발현되는 긴장감과 경계심 탓인지 남녀가 뒤섞인 진한 장면은 잘 연출되지 않는다. 붉은 불꽃만 나부끼는 느낌. 그럼에도 한 여름 밤 뜨거운 열기를 즐기겠노라 다짐한다면 클럽트리가 '종착점'이 될 것이다. 금액과 분위기는 서울에 조금 못 미치더라도.
 
◆한 줄 평
하룻밤만 살아가는 남성과 독과점의 폐해를 품은 붉은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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